화이트햇 스쿨 3기 불합격 후기 (다음 기수를 위하여)
다음 기수에 도전할 사람들을 위한 화이트햇 스쿨 3기 선발 과정 정보들
불합격한 걸 가지고 무슨 글을 올리냐 할 수 있겠지만 화이트햇 스쿨 지원할 당시 정보가 너무 적어서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합격은 아니지만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작성하는 글이다.
혹시나 다음 기수에 지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서류 (1차)
지원 계기
본인은 개발을 공부하다가 군 입대 이전에 어떤 것을 공부할까 고민하던 차에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해킹을 공부하고자 했다.
드림핵이라는 사이트에서 공부하던 중에 우연히 “화이트햇 스쿨 3기 모집”에 관한 글을 보게 됐고 아무런 준비없이 지원하게 됐다.
스펙
내가 가진 스펙이라고는 단지 캐나다 대학교에서 소프트웨어 학과를 졸업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다.
서류에서 보여줄 수 있는 스펙들은 다음과 같다. (기억에 의존하는 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 학력
- 어학 증명 (토익, 토플 등)
- 취약점 분석 경력
- 대회 수상 이력
- 업무 경력
- 자기소개서, 학습계획서
이 중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1번과 6번 뿐이었다.
1기와 2기 지원 후기를 보았을 때 서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인 것 같다 라는 의견이 많이 보여 나의 보안 분야를 향한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대로 다 보여주었다. 총 1000자까지 쓸 수 있는데 자기소개서와 학습계획서를 둘 다 1000자에 가깝게 작성하여 제출했다.
이때 자기소개서에 내가 약 2.5년전에 공부할 때 작성했던 시스템 해킹 워게임 라잇업 링크도 함께 첨부했다. 이 때문에 최종에서 불합격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합격
나는 스펙은 별 볼일 없지만 자기소개서에서 나의 열정만큼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하여 은근히 기대를 하고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합격 통보가 왔고 다음 2차 과정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인적성 평가 + AI 면접 + 필기(2차)
2차에서는 인적성 평가와 AI 면접을 진행한다.
인적성 평가
인적성 평가는 신경쓸 것이 없다. 30분 안에 200 문제인가를 풀어야 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20분안에 끝낸다.
지원자의 기본적인 인성이나 인지 능력 등을 평가하는 시험이라 문제를 읽고 직관적으로 바로 떠오르는 지문을 고르면 된다.
MBTI 검사할 때와 무언가 결이 비슷한 질문들이 많이 나온다.
AI 면접
면접으로는 약 5가지 질문에 대해 그냥 카메라에 대고 대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면접관은 당연히 없기 때문에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지만 질문들이 꽤나 생각을 요하는 질문들이어서 생각보다는 어려웠다.
내 기억으로는 1가지 질문당 30초 ~ 1분 정도 생각할 시간을 주고 2분 정도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질문마다 1번씩 더 대답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처음에 말을 잘 못했다 하더라도 다시 한 번 기회가 있다.
질문 목록
내가 받았던 질문들을 바로 저장해두지 않아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기억나는 것만 가져와봤다.
- 살면서 경험했던 가장 어려운 챌린지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했는가?
- 살면서 이루어낸 명확한 성취는 무엇이고 그거에 대해 설명하시오.
- 보안 전문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팁
2분 말하기 시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시간이 끊기고 말할 기회가 사라진다. 마이크 입력을 통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탐지해 이를 방지한다.
나는 대답 전에 생각할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첫 번째 기회는 그냥 생각하는 시간으로 쳐야겠다 하고 아무 말 없이 노트에 대답할 거리를 정리하던 중 도중에 끊겨버리는 불상사를 경험했다.
그리고 중간에 alt + tab 같은 행위를 하면 이것을 감지하여 경고를 준다. 질문을 받고 대답할 거리를 메모장에 정리하려다가 경고를 먹었다.
면접 전에 종이와 펜을 준비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합격
2차 맨 마지막 관문인 필기 시험을 앞두고 있었는데 필기 시험 당일에 시험을 담당했던 회사 “고사장” 측의 서버 문제가 발생해서 당일 오전이었던 시험이 오후로 미루어졌다.
하지만 그때에도 여전히 문제가 지속돼서 화이트햇 스쿨 측에서 이번 2차는 전원 합격 처리를 해버리고 800명 모두 3차인 심층 면접 과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평소 컴퓨터 공부를 틈틈이 해두어서 자신이 있었는데 시험이 취소돼 좀 아쉽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래도 합격이라니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층 면접 (3차, 최종)
2차 과정 이후 약 1주일 뒤에 심층 면접이 있었다.
이 전 기수였던 1기, 2기 때에는 심층 면접 없이 AI 면접만 있었기에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도 화이트햇에서 제공해주는 기본적인 면접 관련 정보가 있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내가 작성했던 서류를 바탕으로 주로 질문을 할 것이고 때때로 개인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다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GPT에게 내 자소서와 학습계획서를 넘겨주어서 예상 질문 리스트를 뽑아낸 후 연습을 했었다.
면접 진행
이번에 1차를 합격한 800명 전원이 3차로 올라갔기 때문에 면접자가 너무도 많아서 그랬는지 면접 시간이 굉장히 타이트했다.
6명이 한 그룹이었고 그룹마다 주어지는 면접 시간은 30분이었다. 즉, 한 사람당 가지는 문답 시간은 5분이다.
자기소개하고 질문 2 ~ 3개 답변하면 끝나는 시간이라 금방이다.
구글 미트를 이용해서 진행됐고 면접관은 3명 정도였다.
질문들
내 차례가 와서 자기소개를 20초 내외로 굉장히 짧게 하고 질문을 받았다.
질문 목록은 다음과 같다.
- (내가 자소서에 언급한 라잇업들을 언급하며) Out of bound 취약점에 대해서 설명해보세요.
- Use after free 취약점과 double free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해보세요.
- 화이트햇 스쿨에서 가장 얻어가고 싶은게 무엇인가요?
질문들에 대한 나의 답변은 최악이었다.
우선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가 자소서에 첨부한 라잇업들은 적어도 2.5년 전에 적어둔 것이고 학교 졸업을 위해 해킹 공부에 더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 그래서 거진 대부분의 내용들을 까먹은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은 가물가물 하지만 기억을 더듬으며 답해보겠다고 했고 역시나 말도안되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 이후로 다른 면접관님이 두 번째 질문을 하셨는데 이번엔 말이 안되더라도 답변을 내뱉지도 못하고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 use after free 취약점에 대해서 만이라도 이야기 해보라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그냥 헛소리만 늘어뜨렸다.
1, 2번 답변이 끝난 후 또 다른 면접관님이 화이트햇 스쿨에서 얻어가고 싶은게 무엇이냐 물어서 나는 보안에 관심있는 사람들과의 협업(프로젝트)를 언급했다.
면접 후기
면접이 끝난 후 너무 창피했다.
내가 말도안되는 답변을 하고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말하고있던 내 모습과 그걸 듣고있는 다른 면접자들과 면접관들이 생각나면서 일종의 자괴감이 들었다.
대체 왜 예전에 작성한 라잇업을 넣어서 이렇게 됐을까. 왜 라잇업을 넣었으면서 복습 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등의 후회가 됐다.
면접이 끝나고 out of bound 혹은 use after free에 대해 찾아보거나 내가 작성해두었던 라잇업을 다시 살펴보거나 할 법도 한데 너무 창피해서 그러지 못했다. 참고로 약 3주가 지난 지금은 다행히 괜찮아졌다.
면접 후 1주 뒤에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그 동안 꽤나 맘고생을 했다. 너무 붙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내가 면접을 망쳤으니 붙지 않겠지 너무 기대하지 말자 라는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불합격
결과 발표
결과 발표로 예정돼 있던 날 오후 2시에 결국 결과가 나왔고 나는 보기좋게 떨어졌다.
어느정도 예상을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합격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발표 후 2 ~ 3시간 정도 우울감이 있었는데 이 불합격을 계기로 더욱 학구열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화이트햇 스쿨을 수료하면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더할 수 있는데 그 기회가 날아갔으니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주를 이루었다.
다음 기수를 위하여
화이트햇 스쿨은 개나소나 다 붙여준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BOB에 비하면 허들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합격을 한 점이 자랑할 만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다음 기수를 도전하시는 분들이 좀 더 정보를 얻어서 보다 마음 편하게 선발 과정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에 후기를 남겨보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합격 팁
1차
서류에서 자기소개서와 학습계획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화이트햇 스쿨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열정이라는 의견이 많을 정도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1000자 가까이 적어서 제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자기가 정말 열정이 있고 간절하다면 1000자도 부족할 것.
그리고 서류에 거짓말을 포함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이력, 경력, 학력, 자격증같은 것들은 최종 합격이 된다면 따로 증빙 서류를 요청한다. 그리고 자소서 + 학습계획서의 진실 여부는 심층 면접을 통해서 밝히게 된다. 정말로 각 참가자의 글들을 모두 읽어보고 질문하는 것이 느껴졌다.
만일 본인의 서류가 합격률이 50%일 것 같아서 약간의 과장을 첨가해 80 ~ 90%으로 올리고자 한다면 그만두는 것이 좋다. 확률이 아무리 반반이라도 그대로 두는게 더 낫다.
2차
인적성 평가는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본인이 글자를 읽는 것에 좀 무리가 있는 편이 아니라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AI 면접도 내가 답변하는 것을 사람이 직접 보는게 아니라 일종의 녹화를 따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자기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보는게 가장 중요한 듯 싶다.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기 소개 정도는 연습해두자. 짧은 자기 소개가 아니라 길게.
긴 자기 소개를 연습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고 여기서 파악된 것들을 기반으로 다른 질문들에 답변을 할 때에도 좀 더 수월 할 거라고 생각한다.
필기 시험은 이번 3기 선발 과정에서는 응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정보가 없다. 필기 시험 범위는 화이트햇 스쿨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고 범위가 엄청 넓으니 벼락치기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
3차
서류에 작성한 모든 것이 사실이고 본인의 서류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다면 문제없다.
나의 불합격 요인이 이것이다. 내가 적은 서류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고 결국 나의 라잇업들을 첨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습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마치며
나는 군입대 문제 때문에 다음 기수는 도전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기수를 붇는 것이 정말 간절했는데 아쉽게도 좋은 기회를 놓쳤다.
한 편으로는 이번을 계기로 선발 과정 자체를 경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살면서 면접이나 평가같은 경험을 거의 해보지 않아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전해봐야 좀 늘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다음 기수 모집 공고가 올라왔지만 본인이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이 들어 지원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 지원해보고 안되면 안되는거다. 본인이 손해볼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실패라는 아주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혹시 밝히면 안되는 정보가 있었다면 yimsh0530@gmail.com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